어쩌라구..?? ㅡㅡa..

Posted
Filed under Life
지난번 포스트에서 고척교 앞까지 갔었다.
고척교 앞 스포츠용품점에서 고무끈 하나 사서 바지 질끈 묶고
길좀 물어본뒤 다시 출발했다.

동양공전을 지나 고척교를 건넜다.
그리고 안양천으로 내려갔다.
원래 계획은 국도따라 계속 달려서
영등포 지나고 여의도를 질러서
한강까지 가서 자전거 도로로 들어가려고 했으나
날이 어두워지니 위험할것 같아 길을 바꿨다.

안양천변 자전거 도로를 한강방향으로 달렸다.
저 위에서는 차소리도 많이 나고 불도 밝은데
여기는 어둑어둑 한게 왠지 서울이 아닌것 같다.
천 건너에는 아파트나 사무실들이 많이 서 있는데
여기만은 유난히 한가롭다.
저녁 바람을 맞고 풀냄새를 맡으며 계속 달렸다.

고척교에서 안양천 따라 한강까지는 생각보다 멀었다.
내가 맞는 길로 가고 있는것인지 의문이 들 정도로
오랬동안 달리고 있는데 계속 안양천이다.
이미 해는 사라진지 오래고
멀리서 내려오는 가로등 불빛만 희미하게 주위를 밝히고 있다.
정말 징그럽게 멀다고 생각하고 있을때쯤 한강에 도착했다.
잘 보이지도 않던 강이 눈앞에 나타났을때
드디어 한강에 왔다는 기쁨을 느꼈다.

자전거를 세우고 근처 잡상인에게서 자전거 라이트를 샀다.
6000원을 주고 달았다.
한강둑에 자전거를 세우고 잠시 앉았다.
이제 슬슬 엉덩이가 아파오기 시작한다.

한강이 참 넓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제 이 길 따라 앞으로 계속 달리면
압구정까지 갈 수 있다는 생각에 무언가 마음이 놓였다.
지금까지 달려온 길은 처음 와보는 길이었고
처음 하는 도전이었지만
이제부터 가는 길은 전에도 몇번 와본적 있는 길이니
길 몰라서 불안해할 이유는 없어졌다.
그래서 그런지 이제 금방이면 도착할것 같았다.

한숨 돌리고 다시 출발했다.
저녁에 운동나온 사람들 사이를 지나며 달렸다.
사람들이 상당히 많이 나와서 즐기고 있었다.
그러나 풍경이나 사람들을 구경하기 보다는
엉덩이가 아파서 무척 힘들었다.
신경이 온통 안장에 쏠렸다.
63빌딩 지날쯤은 100미터도 채 못가서 계속 자전거를 세웠다.
아까 내가 지나쳐온 사람들이 이제는 나를 앞질러갔다.

그래도 하릴없이 달려야 했다.
이미 여기는 이용할만한 다른 교통수단이 없다.
끙끙대며 달렸다. 계속 달렸다.
안장에 앉으면 너무 아파서 거의 서서 달렸는데
이제는 다리도 아프고 무릎도 시큰거린다.
가다가 벤치가 보이면 매번 내려서 쉬었다.
앞에 오르막이라도 보일라치면 암담했다.
내려서 끌고 걸어가기도 많이 했다.

잠수교 지나갈 즈음이 되니 차들이 종종 보인다.
토끼굴들을 하나씩 지나고 차를 피해가고 있다.
엉덩이 통증이나 다리나 무릎이나
아프고 힘들어 너무 고통스러웠다.
그저 이제 얼마 안남았다는것에 위안을 삼고 힘을 냈다.

한남대교를 지났다.
이제 동호대교 근처까지만 가면 된다는 생각에
가슴이 벅찼다. 이 여행도 끝이 보인다.
그런데 막상 내가 나가야 할 토끼굴을 지나쳐버렸다.
순간 짜증이 확 밀려왔다.
그래도 가야 하니까 자전거를 돌려 다시 달린다.
그리고 그 토끼굴을 지나 압구정으로 나왔다.

학교쪽으로 나와서 길을 건넜다.
삼광교회를 지나 큰길가로 달렸다.
시간은 이미 11시 거의 다 됐는데
이제야 내 갈곳이 보인다.

빌딩에 도착해서 자전거를 세웠다.
그리고 내려 화단에 걸터앉아
이제 끝났다는 기쁨을 즐겼다.
오늘은 더이상 자전거를 타지 않아도 된다.

자전거를 세우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데
엘리베이터에서 친구들이 자전거를 끌고 나온다.
지금 자전거타러 한강 간다며 같이 가자는데
순간 절망감이 앞을 가린다.
애써 사양하고 내려가 자전거를 세웠다.
자전거 보관대에 묶어놓고 내 자리로 올라오니
이렇게 편한곳이 없는것 같았다.

그뒤로 몇일간 의자에 앉으면
묵직한 통증이 올라왔다.
거의 한 1주일정도는 아팠던것 같다.
그래도 그 통증이 그렇게 못참을만한것도 아니었고
내가 해낸 일이 거짓이 아니라는 증거라고 느껴졌다.

지금도 내 자전거는 압구정에 있다.
그런데 이동네에 자전거포가 없는것 같아
아직도 부러진 테를 갈지 못하고 있다.
2008/04/30 17:08 2008/04/30 17:08